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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

행정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

by 알로아란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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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서구 선진국 및 신흥개발국 에서의 행정학 연구는 하나의 큰 '전문가적 기획'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몇십 년 동안 행정학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대규모 관료제 행정은 급속한 개발과 근대화 과정에 대응해 좀 더 나은 경제성, 효율성, 그리고 생산성에 대한 요구에 기인하고 있다. 이에 행정 및 행정학의 영향력은 계속 증가해 공공 서비스 분야의 학회와 학술지의 발전 역시 아울러 이뤄졌으며, 실무적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한 전문 직업화와 관리 기법의 발전 역시 아울러 확산하였다. 어느 특정한 국가에서 수년간 어떻게 행정이 발달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상황에서의 행정의 역할을 주시해야 한다. 행정은 전통적으로 국방, 경제, 사회, 영역의 문제들을 다루는 분야로 여겨져 왔다. 행정 기능 확장의 원동력은 따라서 이러한 영역의 문제들과 궤를 같이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일 것이다. 대규모 관료제 행정조직의 역할과 권력이 향상함에 따라, 공공과 시민은 행정의 기획, 설계, 관리의 과정에서 그 역할이 축소되었고, 심지어 걸림돌로 여겨지게 되었다. 게다가 국민은 경험과 인식에 관한 주관적인 현실을 넘어서 존재하는 하나의 객관화된 실체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관료제의 행정가가 사회를 행정과 유리된 객관화된 대상으로 인식할 때, 행정이 시민과 시민사회의 현실을 이해하고 민주적 의사 결정을 촉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쉽다. 아울러 행정가는 시민이나 비정부조직 등 사회적 주체들의 역량을 부정하게 되기 쉽고, 이들의 사회적 실체에 기초한 대안을 창출하는 힘을 과소평가하게 되기 쉽다. 진정 행정의 가장 심오한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 어떠한 여타의 개념화 과정에 앞서 국민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행정이 하는 모든 일은 본질적으로 국민을 위해 공공성을 함양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 교육과 연구에서 지배적인 도구주의, 합리주의 성향은 복잡한 사회 현상 이면의 의미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야기한다. 그리고 이는 종종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따라서 행정과 국민의 관계에 관한 명료하고 생생한 개념적 구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현상과 의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은 다양한 사람, 집단, 그리고 조직들의 연결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그들 간의 상호작용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이러한 상호작용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행정을 둘러싼 교육 및 연구의 논의는 정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한 실용주의적인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주류 행정학은 인식론에서 실증주의 및 기능주의 전통에 근거한 행정 지식과 개념을 선별적으로 반영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사회적 현실과 인간관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인간사에 대한 도구적이고 합리적인 방식 그 이상의 상상력과 탐구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학의 주류적 경향은 프로그램과 기능을 실행하고 관리하는 접근 방법에서 관리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혁신과 상상력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사례연구는 지역사회 문제의 혁신적 해결과 변화가 행정관리자, 시민, 경영조직, 시민조직 간의 협동적 노력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에서 행정은 행적 조직 외부의 행위자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 포함함으로써, 행정관리자에게 의사 결정에서의 공적 의무를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변동은 행정 현상에 복잡성을 더한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정학 연구의 접근 방법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 다음의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1) 행정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라는 공공의 맥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2) 행정적 활동이나 정책적 설계는 이에 영향을 받는 대상들의 참여와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행정조직이란 공적 영역의 특별한 도전에 대응하거나 특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직은 공적 규칙과 의무에 영향을 받는 개별적 지위와 역할로 구성되며, 각 지위와 역할을 점하고 있는 개인들의 정치, 상징, 관계 들 행태와 행동들이 나타나는 일종의 인간 집단의 성향을 지닌다. 한편 공적 영역은 행정조직 외에도 시민, 자발적 조직, 비영리 집단 및 비정부조직(NGOs) 등의 행위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공공의 문제, 의견, 방안, 실험 등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그러한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행정조직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국민으로부터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간다. 행정조직은 이렇게 공적 영역에 유일한 단독자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조직의 관리자는 공공가치의 실현에서 강력한 행적 주의적, 관리 주의적 사고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관련 실무자나 학자들도 해당 분야에 제도화된 전문론적, 인식론적 편견에 대해 비판적인 열린 사고를 견지하고 있어야 한다.                                                행정(학)의 취약성

주류 행정학은 '공공성'보다 관리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을 지닌다. 효율성, 도구적 합리성, 전문 직업화, 실증주의 및 기능주의 인식론, 관리적 리더십 등의 원리에 대한 강조가 바로 관리 주의의 토대이다. 이러한 가정들은 행정조직의 기능상 관리에서는 목적에 부합하는 바가 있다고 할 것이나, 공적 영역의 다양한 행위자들과 이슈들의 총체적 현상의 복잡성을 잡아내지는 못한다. 경제성, 효율성, 성과, 목표관리, 갈등관리 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주류 행정학의 이론적 근거는 이러한 요소들이 행정조직으로 하여금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는 시민과 기업, 비영리조직, 그리고 조직이 지역사회 문제에서 지니는 역할과 기능을 과소평가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리 주의적 시각에서 이들은 행적 조직의 서비스와 규제 대상이 되는 수동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 행정이 사회 부문의 행위자들의 역할과 기능을 간과하는 가장 본질적인 논거는 행정이 사회에 비해 좀 더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개념에서 비롯한다. 기능적 전문화는 행정의 기본원리에 해당한다. 가령 행정조직의 관리자는 조직의 생존, 기능, 기술, 정보 등 영역에서의 의사 결정에서 전문성을 근거로 삼을 것을 전제로 하며, 행정조직의 조직적, 사회적 관심은 바로 이러한 전문성의 강화에 주로 놓이는 경향을 보인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전문성은 참여성을 희생한 대가에서 나온다. 행정의 관리 주의적 경향은 행정관리자들이 시민 참여와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등의 참여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자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로 인해 소극적, 반응적으로만 수용해 왔던 것이다. 그들은 단지 실질적인 정치적 부담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외부의 행위자들과의 참여와 소통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현상은 서구권 외 지역의 국가들에서 특히 잘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 행정관리자는 흔히 국민의 중요성을 중대하게 취급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정치적으로 대두되기 이전까지는 가능한 행정을 가능한 국민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노력했다. 한 사회가 좀 더 질적으로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활기찬 시민사회와 효율적 행정조직이 함께 교호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은 관리적 성격을 지닌다. 행정이 수행하는 분석, 집행, 기회, 목표관리 등의 기능과 여기에서 요구되는 전문성 요소들은 행정의 관리적 효율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행정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관리 기능과 더불어 국민을 지배하기 위한 정치 권한을 아울러 가진다. 여기에서 시민의 참여, 심의, 개입 등과 시민의 역량, 민주적 절차 같은 개념들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매일의 일상적 행정행위에서 이러한 개념들은 행정실무자에게는 단지 지엽적으로만 고려되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행정의 논리에서도 참여적 과정과 같은 논점이 아예 규범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차원에서 행정은 관리 중심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높은 관심을 부여해 왔으며, 지역 수준의 근로자나 시민의 참여는 그럴듯한 의례로만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행정은 위에서 아래로 통치한다. 행정은 위에서 부여된 내, 외적 사안에 대한 공약을 주어진 업무로 효율적으로 충실하게 달성하고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여기에서 의사 결정, 행정 개혁, 그리고 문제 해결은 대부분 비참 여적이고, 또한 현상 유지를 깨뜨리지 않는 성격을 지닌다. 대규모 조직에서 관리자와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화된 영역을 넘어서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 변화는 점증적이며 관례화되어 있다. 전통적인 가정에 따라 많은 국가에서 관료조직은 경직적이고, 자신들의 관할지역 내에서만 작동하고자 한다. 따라서 행정이론은 국민의 특성과 그들이 국가기관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행정조직 내부의 현상 그 자체를 서술하는데 더 중점을 둔다. 따라서 통치와 관리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수평적 상호 관계, 참여, 의사 결정에 접근성, 의견 교환, 담론, 공공 토의, 시민 참여 등의 중요성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주류 행정학의 행정이론은 그러한 민주적 요소들이 단지 조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의리를 지닐 때에 한해서 참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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