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뇌
1961년 신경외과 의사인 포겔과 보겐은, 간질발작은 비정상적으로 강한 뇌 활동이 대뇌피질 전체에 확산되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좌우 반구의 연결통로인 뇌량을 절단할 경우, 간질이 심한 환자의 발작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인간을 대상으로 이러한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러면 대뇌반구를 분리한 후 어떠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수술 결과 환자들의 발작은 거의 사라졌으며, 그들의 성격과 지적 능력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등 놀라울 정도로 정상적이었다.
이후 스페리와 가자니가는 이들 분리 뇌 환자들을 대상으로 좌우 반구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인간의 시각 경로는 한쪽 시야의 정보를 반대쪽 반구로만 전달한다. 즉, 왼쪽 시야의 정보는 우반구로, 오른쪽 시야의 정보는 좌반구로만 전달한다. 정상인의 경우 각 반구의 정보는 다시 뇌량을 통해 반대쪽 반구로 보내진다. 그러나 뇌량이 절단된 사람의 경우에는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이것을 밝혀내기 위해 분리 뇌 환자에게 시야의 한 점을 응시하도록 하고, 응시점의 오른쪽과 왼쪽에 서로 다른 정보를 순간적으로 제시한다. 이렇게 하면 시야의 좌우에 있는 각 정보는 어느 한쪽 반구에만 전달된다. 마지막으로 분리된 각각의 대뇌반구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왼쪽 시야에는 연필, 오른쪽 시야에는 사과 그림을 순간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방금 본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게 하거나, 스크린 뒤에 숨겨진 여러 물건 속에서 방금 본 것을 찾도록 한다. 이렇게 할 경우 환자들은 무엇을 보았다고 이야기하겠는가? 그들이 본 것을 왼손으로 찾아보라고 하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환자들은 사과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왼손으로 선택할 때에는 연필을 찾게 된다. 그리고 연필을 좌측 시야에만 순간적으로 비추어 주고 우측 시야에는 아무런 자극도 주지 않으면, 환자들은 그들이 본 것을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왼손으로 스크린 뒤에 숨겨진 여러 물건 속에서 본 것을 찾으라고 하면 그들은 연필을 선택하게 된다. 즉, 오른쪽 반구는 자신이 본 것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엇을 보았는지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뇌반구의 기능적 전문화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유형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대뇌반구가 기능적으로 전문화되어 있음을 밝힌다. 일반적으로 좌반구가 언어처리에 지배적인 반면에, 우반구는 시각, 공간 정보의 처리에서 우세한 것 같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어떤 대뇌피질이 수화를 담당하는가? 시각, 공간 지각에 많이 관여하는 우반구가 담당하겠는가, 아니면 언어를 처리하는 좌반구가 담당하겠는가? 몇몇 연구결과,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언어정보를 처리하는 데 좌반구를 사용하는 것처럼 청각장애인들도 수화를 읽어 내기 위해 좌반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반구가 손상되면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말을 하는 데 결함으로 보이는 것처럼 청각장애인은 수화에 결함을 보이게 된다. 브로카 영역은 구어나 수화 모두에 관여하고 있다. 뇌의 입장에서는 말이 구어의 형태건 아니면 수화의 형태건 상관없이 모두 언어에 해당하는 것이다. 비록 좌반구가 언어정보의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우반구도 미묘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반구는 언어는 빠르게 문자 형태로 해석하지만, 우반구는 미묘한 추론을 하는 데 뛰어난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전화 과제에서 '발'이라는 단어를 점화 자극으로 제시하면 좌반구는 그 단어와 연합 강도가 높은 '발꿈치'라는 단어를 매우 빨리 재인한다. 그러나'발'. '고함' 또는 '잔'이라는 단어를 점화 자극으로 제시하면, 우반구는 '자르다' 같이 점화 단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단어를 매우 빨리 재인한다. 그리고 통찰이 필요한 문제 -예를 들어, '고등' '집' '학군'과 관련이 있는 단어는 무엇인가? 등의 문제- 를 제시하면 우반구가 답(학교)을 더 빨리 찾아낼 것이다. 뇌졸중으로 우반구가 손상된 어떤 환자의 경우 "나는 단어를 이해하지만, 세부적인 것은 놓치게 됩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따라서 우반구는 말의 의미가 분명하게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나아가 언어에는 의미적 요소와 문법적 요소 이외에도 부가적인 요소가 있는데, 특히 구어의 경우 말의 운율이나 억양 등이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정말 잘 났어.'와 같은 말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우리는 그 말이 칭찬하는 말인지 아니면 비꼬는 말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반구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구어 속에 숨어있는 이러한 말의 뉘앙스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정상인들 사이에도 이러한 언어의 미묘한 측면을 다루는 데 상당한 개인차가 있다. 농담을 이해하지 못해 웃음거리가 되는 사람도 있고, 억양의 차이를 이용하여 익살을 떠는 재담꾼도 있다. 우반구는 평범한 말에 색깔을 입혀 주며 기쁨, 슬픔, 정열, 실망 등을 표현하게 해 준다. 정서반응에 있어서도 좌우 반구의 기능 차이가 존재한다. 화난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반구의 통제하에 있는 왼쪽 얼굴의 표정이 더 강렬함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슬프거나 통곡하는 것은 우반구의 과도한 흥분 때문이다.
이처럼 두 대뇌반구의 기능적 전문화를 개략적으로 볼 때 두 개의 대뇌반구가 너무나 달라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뇌반구는 뇌량에 의해서, 그리고 피질하 구조물에 의해서 수많은 신경 연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두 개의 뇌'를 느끼지 않는다. 20세기 이후 신경과학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알려진 부분보다 훨씬 많다. 우리는 그러한 뇌 조직들이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그러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신호가 어떻게 첫사랑에 대한 기억, 창의적인 생각, 미래에 대한 계획 등과 같은 것들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다. 어떻게 물질적인 뇌가 의식을 일으킬 수 있는가? 물질인 뇌가 어느 정도까지 자신(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그것이 현대 과학의 도전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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